문장 수집 생활: 일상 속 글쓰기가 쉬워지는 실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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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글을 잘쓰는 사람, 꾸준히 기록하는 사람을 늘 동경해왔다.
브런치 티스토리 네이버 블로그 그리고 퍼블리 같은 플랫폼이 점점 활성화되고 있는 것을 보면 자신의 영감을 글로 기록하고 이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글을 읽어보면 일상 속 영감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문장으로 잘 표현하고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는 그 일련의 과정들은 실로 대단하게 느껴진다. 근데 막상 내가 글을 쓰려하면 영감들을 어떻게 뭐라고 써야할지 막막했다. (억지로 독후감쓰는 느낌이랄까?)

뿐만 아니다. 평소 상세페이지를 만들거나 푸시 카피를 쓸 때 내가 쓴 글은 언제나 무미건조하게 느껴졌다.

 

늘 딱딱하게만 느껴지는 내 글, 이렇다할 영감이 느껴지지 않는 느낌,
좋은 글을 많이 찾아다니는데 보고도 어떻게 기록하고 소화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

그러다 글을 쓰는 책들에 관심이 많아졌고, 그 와중에 발견한 책이었다.

저자는 29CM의 헤드 카피라이터 이유미님. 29CM는 온라인 편집샵으로 많은 상품을 판매하는 곳인데 저자는 일상 속, 소설 속에서 찾은 영감을 상품 카피로 풀어낸다. 카피라이터라면 그리고 글쓰기가 어렵다고 느끼는 마케터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길 추천하는 책이다.

 

 

 

 

결과물만 놓고 봤을 때 이런 문장을 굳이 소설에서 찾을 필요가 있나?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소설에서 찾지 않고 이런 문장을 직접 써낼 수 있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다만 단시간에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고 감도 오지 않을 때, 소설의 힘을 빌리자는 것이다.

수많은 문장 가운데 내가 필요한 걸 찾아내고 내용에 맞게 응용하는 것 또한 카피라이터의 자질이다.

'평소에 책을 많이 읽고 메모해놓는 노력, 이런 노동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PART 1. 다르게 본다. 다른 관점에서의 독서

 

한 남자가 이별을 했다. 그 남자는 그녀를 잊기 위해 줄넘기를 했다.

두 손으로 줄을 회전시키는 동안 전화를 걸수도 없고 그녀에게 달려갈수도 없다.

→ 어쩌며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의 목적보다 이런 이유로 운동을 할지 모른다.

목적이 단순하거나 기능이 뻔한 상품일수록 내가 실제 어떤 상황에서 그것을 사용했는지 떠올려보도록 한다.

색다른 접근은 기대 이상의 효과를 준다. 나만 이런 게 아니었구나 혹은 나도 비슷한 상황인데 이렇게 시도해볼까?

하고 감정이입하게 만든다. 모든 글은 공감이 우선이다. 단 한 명의 마음에라도 꽂힐 수 있다면 그게 좋은 카피다.

 

카피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대부분의 소비는 '필요'보다 '욕망'에 의한 것이기에 카피라이터는 구매 동기를 불러일으키고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주는 역할을 한다.

나도 몰랐던 나의 마음을 건드려주는 게 바로 카피다.

 

사람들이 카피를 읽는 순간 '아, 나도 이럴 때 있는데!'라는 생각이 번뜩 들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늘 사람들의 경험에 주목하고, 그 안에 숨은 의미를 찾아내야 한다.

디테일한 상황 묘사는 소설가나 시인들에게 특화된 능력이기 때문에 작품에서 좋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PART 2. 다르게 쓴다. 다른 방식으로 글쓰기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 식당에서, 횡단보도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들여다보자. 거기서도 얼마든지 아이디어는 포착된다.

그리고 그것이 아무리 작고 사소하더라도 반드시 메모해놓자. 또렷한 기억보다 희미한 연필 자국이 낫다고 했다.

언젠가 반드시 유용하게 쓰일 날이 온다.

 

묘사의 중요한 포인트는 구체성. 최대한 구체적이어야 한다.

공감 포인트를 세분화할수록 좋은 카피가 된다.

 

글은 삶의 구체성과 일상성을 확보해야 한다.
즉 생활에 바탕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글은 공허하고 헛되다.
팟캐스트<낭만서점>, 김훈 작가

 

카피를 쓸 때 디테일하게 묘사하는 건 좋지만 29CM처럼 톤앤매너를 유지하고 싶을 때는 직접적으로 설명하기보다

완곡하게 분위기를 묘사해주는 편이 더 나을 때도 있다.

글을 쓰는 매체에 따라, 누가 읽느냐에 따라 카피의 성격도 좌우된다.

 

막연하고 추상적인 말, 내가 공감하지 못하는 말은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도 가닿기 힘들다.

내가 이해하고 경험한 것을 표현하는 언어야말로 사람들을 집중시킬 수 있다.

활자로만 쓰이는 글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좋은 카피가 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살아있는 말'의 힘이다.

 

소설의 밑줄을 필사해놓을 파일 중에서 '여름'이 들어간 책을 검색해서 약 20권이 검색된다. 그리고 끌리는 제목의 소설을 골라 클릭한다.

- 문장수집생활 146p

오... 여름 기획전을 준비하며 카피를 쓸 때 이렇게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나도 다음엔 꼭 이렇게 한 번 해봐야지!!

 

 

PART 3. 다르게 산다. 다른 취향의 라이프 스타일

"어젠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여자를 여덟 명 보았어요. 그제는 생수병을 손에 든 사람.

다섯 명이네요. 날은 더운데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구요. 제가 이상하게 보이죠?"

"맞아요. 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쓸데없는 짓들을 하면서 행복해하는지 알면 깜짝 놀랄 거예요."

→ 용도도 불분명한 스티커를 사는 건 정말 쓸데없는 짓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아주 잠시 행복해진다.

요즘 말하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이런 숨은 재미를 찾는게.

카피는 공감을 전제로 하되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삼을 필요는 없다. 그건 불가능하다.

누구에게나 전하는 말은 아무에게도 통하지 못한다. 

분명한 타깃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나 같은 누군가는 이런 감정에 얻어걸릴 테니까.

 

저렴한 물건을 사는데서 오는 즐거움과 그 이상의 가치를 인지시켜주는 카피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잘 모를 수 있는 정보를 짧은 카피를 통해 알려줌으로써 필요성을 강조할 수 있다.

듣고 뵈 왠지 필요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우드 나이프를 알기 전까진 그저 숟가락으로 푹 떠서 식빵에 발랐던 버터를

이제 버터 전용 나이프로 바른다고 생각해보자.

왠지 어제의 나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사는 내가 된 것 같지 않을까?

 

"바쁜 그 사람에게 주먹밥을 싸줘본다."

→ 이런 카피의 힘은 글자 그대로만 보는게 아니라 그 너머를 생각하게 된다.

카피가 나오게 된 배경까지 읽는 사람이 떠올려보게 되는 것이다. 이런 글이 마음에 오래 남는 좋은 카피 아닐는지.

무심코 지나쳤던 우리의 마음을 툭 건드려줄 수 있는 한 줄. 너무 하찮아서 신경 쓰인다고 말할 수 없는 것들을 건드려주는 카피.

이러한 카피는 구구절절 말하지 않는다.

어떤 한 포인트만 잘 건드려주며 보는 사람이 알아서 생각하게 된다.

단순해도 결코 쓰기 쉬운 카피가 아니다.

 

 

 

좋은 카피는 쉬운 카피다. 쉬운 카피는 구체적이어야 한다.

글을 읽고 일일이 생각할 필요 없이 선명하게 써줘야 한다.

물건을 파는 카피든 사적인 이야기를 담는 에세이든간에, 글이 뻔해지거나 지루해지거나 쓰나마나한 게 되지 않기 위해선

그 뻔한 것을 다르게 보는 시각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게 글의 가치를 높인다. 그게 글의 모든 것이다.

 

몇 백 원 짜리 고무줄이라고 시시하게 지나칠 게 아니라

그 안에 어떤 의미를, 가치를, 계기를 담아야 한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것에서 마주치는 한 줄의 카피가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면 어느 것도 사소하지 않다. 한 글자도 허투루 쓸 수 없다.

 

 

 

느낀점:  글을 글로만 지나치지 않는 것, 내 생활과 맞닿아 생각해볼 것

지금껏 난 글을 읽으면 활자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저자는 소설 에세이 삶 속의 모든 글과 영감들을 자신의 일상과 연결시켰고, 그 예시들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공감했던 모든 글들이 나의 일상과 맞아떨어져 인상깊게 느꼈을지 모른다.

'맞아. 나도 저런 적 있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그 순간. 저자는 어떤 포인트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떻게 카피를 써왔는지 뭔가 깨달음이 연속적으로 밀려온다. 소설 속 글들을 하나하나 예시로 가져와 직접 카피로 바꾸어 작성한 글은 감탄하게 만드는 것 같다.

 

이 책을 읽다보면 나도 쓸 수 있을 것만 같은? 당장 펜을 들어야할 것 같고 소설을 사서 읽으면 나도 저런 카피를 쓸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ㅋㅋㅋ 막상 쉽지 않겠지만 내가 글을 읽고 영감을 받으면 어떻게 풀어나가면 좋을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이 책은 진짜 글쓰기의 시작이 어려운 사람,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실전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실전서이다.(진짜로) 나도 작은 노트를 들고다니며 영감을 글로 쓰고, 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일상과 연결하는 연습을 조금씩 해야보아야겠다.